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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았던 2019년 봄에는
밴쿠버에서 혼자서 벚꽃을 구경했다.
벚꽃이 예쁜 곳을 일부러 찾아간 건 아니었다.
circle time에 쓸 그림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고 넋을 놨었다.
가만히 보고 있기에는 꽃도, 날씨도 너무 좋아서
청승맞게 '벚꽃엔딩'을 틀어놓고 봤었다.
올해는 남편과 그 도서관을 함께 찾았다.
운이 좋게도 떨어진 꽃잎이 별로 없는,
한창 흐드러지게 핀 상태의 벚꽃을 봤다.
불과 한해 사이에 혼자에서 둘이 되다니,
어찌보면 응당 그러해야할 일이지만
달리보면 사실 매우 감사할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이 닫혀서
벚꽃을 도서관 안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점도
한해 사이에 확 달라진 점이다.
캐나다의 오랜 우방인 미국의 대통령이
캐나다가 수입 중인 의료 물품을 가로채는,
국제 질서가 무너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도
한해 사이에 확 달라진 점이다.
남편과 캐나다에서 지내기로 한 결정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 이 상황이
모두 벚꽃 엔딩을 맏을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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