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국가 건강검진 중 일반 건강검진과 위 내시경을 받으려고
어제 밤부터 열심히 금식을 했는데
아침에 집을 나서는 길에 무심코 사탕 한 알을 먹었다.
사탕을 먹었더니 목이랑 코가 시원해져서 좋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
어머 나 이제 혈당 올라가서 검사 못 받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어쩐 일인지 바로 오지 않았다.
금식의 부작용인가, 머리가 나빠졌던 것 같다.
아님 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높아서
사탕이 주는 시원한 느낌에 푹 빠져 정신을 못차렸거나.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에는
위내시경 후에 어디에서 죽을 살지 고민하기까지 했다.
사탕을 먹었다는 자각은
간호사가 껌, 담배, 사탕을 했는지 물었을 때야 비로소 찾아왔다.
접수를 하고 호명을 기다리는 20분 내내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같은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콜록댈 때마다
눈에 띄게 좌불안석하며 의자에 앉았다가 문가를 서성였던 내 자신이 한심했다.
개허탈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뭔가 다른 형태의 성과라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산 게
참외 세 알이었다.
신발
건강검진을 어이없게 허탕치고 나자
뭔가 다른 성과가 간절하게 필요했다.
집에 돌아와서 수선이 필요한 신발 한 켤레를 찾아
도보 30분 걸리는 매장까지 걸어가서
수선을 맡기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매장이 있는 백화점 지하 층에 가서
식품관 구경도 하고 갈비덮밥으로 점심도 해결했더니
기분이 한결 더 좋아졌다.
집으로 오는 길에 카페라테까지 픽업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연체
오늘 더 이상 허탈 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도서관 유아자료실에서 허탕을 쳤다.
<서른, 아홉>의 '찬영'이 '주원'에게 선물한 <빨강책>이라는 책을 빌리러
집 근처 도서관에 갔는데 막상 그 책을 찾아 대출하려고 보니
내가 깜빡 잊고 반납하지 않은 책 때문에 그 책을 빌릴 수가 없었다.
하아... 어떻게 내가 책 반납을 잊을 수 있냐며 자책하기 바빴다.
건강검진에 이어 책 대출까지 허탕치고 나자 오늘 하루가 무의미해졌다.
보험
남편의 보험을 보완하는 문제 때문에
설계사와 통화를 했다.
남편의 보험은 남편에게 맡기고 싶은데
내가 하필 보험 공부를 시작해서 벌어진 일이라
내가 결자해지해야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라면
우리 집에서 라면은 금기 음식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라면을 안 사두는 건 아니라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라면들을 먹어치워야 할 때가 되었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월급날이기도 하니
라면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라면을 끓였다.
남편이 신이 나서 저녁상을 반기는 모습을 보자니
남편을 밥상머리에서 행복하게 하려면
스팸, 소세지, 라면 등만 있으면 되는데
굳이 샐러드, 나물, 야채국 등을 손수 만들어
스스로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자니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나도 어떤 사람들처럼 반찬 아줌마를 쓰고 싶다.
책
친정에서 내 책을 정리해서 가져오면서
상당량을 폐기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버려야 할 책이 보여서 정리를 했다.
그 김에 책장을 남편 방에서 내 방으로 옮겼다.
역사, 여행, 영어, 요리, 교육, 심리 등에 대한 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책을 처분하기 위해 카트에 모아두었다.
가난
남편이 수입을 정산해서 건네주었다.
열심히 벌고 있는데 돈이 나갈 일이 많아서 가난하다.
동생에게 진 빚을 갚아야 했고
고양이들 병원에 가야했고
남편의 노트북 할부를 갚아야 했고
에어콘을 사서 설치해야 했어서
나가는 돈이 참 많았다.
철없는 남편은 자꾸 카드를 쓰라고 하지만
나는 가진 돈으로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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