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아, 나의 고양이 이령아.
너가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어.
몰랐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아.
너의 증상을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때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해서 조언을 듣고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야했어.
증상의 위중함을 전혀 모르고
날씨가 더워져서 그렇겠거니
너가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거니
아빠가 일로 바쁘고 내가 허리가 아파서 못 간다는 핑계로
병원 가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 보니 어느 날엔 또 잊고.
그래서 결국 병원에 늦게 갔어.
멍청하고 게으르고 이기적인 내 자신이 용서가 안돼.
너가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숨을 빨리 쉬고 불편한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그걸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주겠다고 동영상을 찍고
다음 날 머저리처럼 병원에 가지 않고
영화를 보겠다고 극장에 갔어.
그 때라도 병원에 갔었더라면
너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까.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이렇게 병신 같을 수가 없어.
너는 산소실에서 나를 만날 때까지 버텨주었지.
입에 거품을 물고 옆으로 누워 바로 죽을 것 같던 네가
나를 보자마자 똑바로 앉았을 때 마음이 찢어졌어.
너가 나를 이렇게 기다렸구나.
너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 모든 게 내 탓이구나.
하루 중 너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 나인데
왜 증상들을 얕봤는지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내 자신을 세게 때린 다음
바로 병원에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
이령아, 나의 고양이 이령아.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이런 엄마 만나서 10년도 살지 못하고 떠나게 해서
엄마가 정말 미안해.
똘이도 너를 많이 찾아.
내지 않던 아기 고양이 소리를 내며
나랑 진수랑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
너가 장롱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장롱 문을 열어달라고 발로 긁어.
이령아 우리 모두 너를 너무 그리워하고
언제나 사랑하고 기억하고 있을거야.
진수랑 내가 너를 얼마나 예뻐했는지 그건 알지?
너의 부재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네게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라도
똘이의 건강은 확실히 지키고 있을게.
내가 진수랑 싸우면
중간에서 염려하고 걱정하며 말리던 네가 생각 나.
우리한텐 너가 자식이나 다름없었어 이령아.
그런데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할 수 있다면 네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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