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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 밴쿠버

Port Moody Station Dental, 밴쿠버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기

by 이령맘 2020.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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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스케일링은 2019년 한국에서 받은 게 마지막이었다. 2020년 올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영주권 신청 때문에 한국행을 포기한지라 현재 거주 중인 밴쿠버에서 스케일링 받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스케일링은 cleaning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고민이 되는 건 어느 치과(a dental clinic)에 가느냐였다. 동료들과 대화 중 우연히 Port Moody Station Dental을 추천받았다. 한인 치과에 갈 수도 있었지만, 훗날 내 구강상태에 대해 영어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현지인인 동료가 추천하는 치과에 가기로 했다. 

치과에 전화해서 한 달 뒤로 예약을 잡았다. 인기가 많은 치과인 모양이었다. 예약 일주일 전에 예약 확정 여부를 묻는 문자가 왔다. 확정 버튼을 눌렀더니, 코비드 증상이 있는지 묻는 문자가 이어서 왔다. 솔직하게 콧물이 좀 나고 재채기가 난다고 했더니,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증상이 없어질 때 다시 연락을 달라고 문자가 왔다. 

사실 이 지점에서 좀 속상했다. 무엇보다도 한 달간 기다린 예약이었고, 이 예약 때문에 직장 스케줄 조정까지 마쳐둔 상태였고, 내 재채기와 콧물은 사실 환절기 증상이고, 보건당국에서 어린이집과 학교 등원 여부를 결정하는 증상 리스트에서 콧물과 재채기를 제외한 바람에 콧물을 주렁주렁 달고 내 면전에 재채기하는 아이들이 내 직장에 여러 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좀 생각해보니, 다른 과도 아니고 치과이니 이해가 갈만도 했다. 치과는 가장 더럽다는 사람의 입 속을 직면해야 하는 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좀 속상했다. 적어도 그들은 직장에서 제공되는 메디컬 마스크와 고글을 쓸 것이 아닌가.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예약을 잡고 치과에 갔다. 친절한 응접 직원이 태블릿PC를 주며 질문지에 답해달라고 했다. 질문이 어찌나 많던지! 한국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작성했던 문진표보다 질문이 더 많았다. 알레르기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다음에는 응접 직원에게 직장 의료 보험 정보를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서약서에 싸인하고서야 접수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바로 이어서 사교성 많은 위생사가 엑스레이와 사진을 촬영했다. 의자에 앉고나서 가글액을 받아 1분간 입을 헹구고나니, 위생사가 손으로 마사지하듯이 입 주변과 목을 꼼꼼하게 눌러보았다. 혹 같은 게 있는지, 내가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부어오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스케일링을 시작하기 전에 고글을 받았다. 밝은 조명과 스케일링 중 튀어올라올 수 있는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스케일링이 시작되자 다소 긴장이 되었다. 내 치아가 민감한 편이라 한국에서 스케일링을 받을 때 자주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하물며 시리지도 않았다. 왜 이렇게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면서도 개운했다. 스케일링 완료 후, 위생사가 내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뾰족한 바늘 같은 걸로 잇몸 여기저기를 찔러봤다. 치주낭 깊이를 재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악 어금니 쪽 치주낭 깊이가 깊어서 박테리아가 들어올 경우 뼈 손실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으니 하악 어금니들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치과 위생사가 이렇게 꼼꼼하게 봐주고 스케일링을 잘하는 걸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다. 내가 한국에서 치과 운이 없었던 건지, 밴쿠버 치과 위생사 교육이 더 잘 이루어지는 건지, 내가 밴쿠버에서 치과 운이 좋은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이어서 의사가 왔다. 키가 크고 대머리인 남성 의사였다. 엑스레이 이미지를 보더니 교정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몇몇 치아의 뿌리가 짧아서 알 수 있다고 했다. 교정하면 왜 치아 뿌리가 짧아지냐고 물었더니, 치아를 특정 방향으로 밀 경우 뿌리의 일부가 조직 속에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뿌리가 짧으면 뭐가 문제인지 물었더니, 뼈 손실이 일어날 경우 치아 전체를 잃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하필 위아래 앞니의 뿌리가 짧아서 걱정을 했더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고 관리를 잘 해주면 된다고 했다. 이어서 치아 일부가 손실된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다시 치과에 와야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사진 속 검은 부분을 가리키며 이미 썩는 중이니 더 썩을 거라고 했다.

(친절한 의사의 설명을 토대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봤더니 교정으로 인해 치근이 짧아지는 현상을 root resorption이라고 한다. 내 엑스레이 사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그 현상이 좀 심하게 일어난 케이스였던 걸로 생각된다. 아, 이래서 교정 전에 의사가 교정을 하면 나이가 들어서 고생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던 건가.)

엑스레이 촬영, 사진 촬영, 스케일링, 의사 검진 비용으로 직장 보험 혜택 적용 후 98달러를 지불했다. 첫 방문 기념으로 전동칫솔, 칫솔, 치약, 치실, 자일리톨 껌을 선물도 받았다. 친절한 서비스, 유용한 정보, 수준 높은 진료, 그리고 선물. 이보다 더 긍정적인 치과 경험은 내 인생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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