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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 서울

퀵 배송 기사에게 개인정보를 당연하다는듯이 요구하는 한남동 고급 아파트의 행태

by 이령맘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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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배송을 하다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한 번은 연예인들이 많이 산다는 한남동의 고급 아파트 나인원에 배송을 갔다. 

전지현, 배용준, 이종석, 지드래곤, 주지훈, 장윤정 등등이 산단다. 

유명하고 돈 많은 연예인들이 많이 살긴 하네. 

 

그런데 배송하는 입장에서 나한테는 이런 거 전혀 상관없다. 

신속 정확하게 배송하고 나오는 게 유일한 목표이다. 

 

101동에 배송을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가는 곳이라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정문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관리사무소 같은 부스에 가서 물어봤다. 

퀵 배송을 왔으니 들여보내달라 했다. 

 

그랬더니 그 문으로는 들어갈 수 없단다.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자기네 부스에서는 안되고 

돌아서 안쪽에 위치한 부스에 가서 카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문으로 들어가도 101동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어느 출입구로 들어가도 어느 동에나 갈 수 있는 보통의 아파트들과 다른 구조라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 곳 구조가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어서 

알겠다고 하고 알려준 위치를 찾아갔다. 

 

109동과 101동 사이에 위치한 부스였다. 

내 신분에 대해서 의심을 많이 하는 눈치라서

배송 기사 앱의 화면을 보여주고

 내가 픽업해서 들고 온 서류 봉투에 적혀있는 동호수와 이름도 보여줬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 

 

건물에 출입을 하려면 카드가 있어야 한단다. 

이런 구조의 건물은 캐나다에 흔해서 새롭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그 카드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문제의 카드

 

 

내게 카드를 주면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하고 

신분증을 맡기고 가라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구조의 공동주택의 경우

고급이라면 컨시어지가 따로 택배를 받아주고 

보통의 경우에는 주인이 인터폰으로 건물 출입구 문을 열어주고

배송 기사는 로비에 있는 택배함에 물건을 두고 간다. 

카드 없이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인원에서는

카드를 내게 주는 대신

당연하다는듯이 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이름과 전화번호룰 순순히 말했다. 

신분증은 모바일로만 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랬더니 굳이 모바일 신분증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벙쪘다. 

주민등록증을 당연하다는듯이 요구할 정도로 

뻔뻔스러울정도로 삼엄하게 보안 관리를 하는 것처럼 굴더니 

막상 모바일 신분증은 확인도 하지 않고 들여보내다니. 

앞뒤가 안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내 개인정보를 당연하다는듯이 물어보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물어보는가. 

특히 내가 주민등록증을 맡겼다면, 

그들 중의 누가 내 주민등록증을 몰래 촬영해서 

내 신분을 도용해서 대출을 받고 카드를 발급받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배송 기사 앱 화면을 보여주고 픽업한 물건까지 보여줬는데도 불구하고

잠재적 범죄인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다음에 이런 일을 또 겪으면 당사자더러 물건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고

관리사무소 부스에 짐을 맡기고 나올 것 같다. 

 

자기 자신들만 생각하는 이런 몰지각한 보안 관리 시스템 이외에도

짜증나는 일은 한 가지 더 있었다. 

배송비를 계좌 이체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수령인이 바로 해주겠다고 해놓고서는 한시간동안 깜깜 무소식이었던 것이다. 

 

배송비를 이렇게 늦게 주는 경우가 처음이었다. 

구차스럽게 만원도 되지 않는 배송비를 이체해달라고 

수령인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문자를 그 전에 보냈지만 답이 없었기에. 

 

수령인은 그 흔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이전의 영혼 없는 목소리로 "네네~ 바로 입급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끊었다. 

독촉 전화 한 번에 7,800원의 배송비가 입급되었다. 

나인원에 살면 뭐하나.

사과 한 마디 할 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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