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는 전례없는 폭염 때문에 몸살 중이다.
우리 동네 기준으로
2021년 6월 27일 일요일 어제는 최저 22, 최고 42도를,
2021년 6월 28일 월요일 오늘은 최저 22, 최고 41도를 기록했다.
말이 41도이지 체감온도는 47도였다.
기온만으로는 이 폭염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고온이 유지되는 시간을 봐야한다.
해가 새벽 5시에 떠서 밤 9시 넘어 지기 때문에
저녁 7시가 되어야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밤 9, 10시에도 30도가 넘는다.
밴쿠버의 냉방 현황은 어떠한가?
밴쿠버는 기온이 온화해서
여름에도 30도를 넘는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에 에어컨이 없거나
작은 이동형 에어콘 한 대 뿐이다.
심지어 어린이집과 요양원처럼
더위에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시설에도
에어콘이 아예 없거나 이동형 에어콘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이번 폭염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어떠할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밴쿠버 사람들은
선풍기, 에어콘 확보 경쟁에서 낙오되었고
그 바람에 중고 선풍기, 에어콘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온라인 중고 마켓에 올라왔다.
사람의 생사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이걸 기회 삼아 돈을 벌려는 사람들을 두고
혹자는 양아치가 따로 없다고 평했고
혹자는 돈을 많이 벌겠다며 부러워했다.
에어콘 냉방을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쇼핑몰, 식당, 도서관 등이 가득 찼다.
어떤 쇼핑몰에서는
사람들이 아예 매트를 가져와서 피크닉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예 호텔로 나와 사는 사람들 때문에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거의 모든 숙박업소의 방들의 예약이 찼다.
공립 학교들은 방학을 이틀 남겨두고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내가 일하는 어린이집은 굳건히 열었다.
아침에 엄마들을 맞이하며
주말에 어떻게 생존했냐고 물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극장에 갔는데
아이들이 만화영화는 별로 안 좋아했고
대신 시원한 로비에서 낮잠을 자고 왔다는 집.
아이가 낮잠에서 깨어난 후에
오후 늦게 마트 쇼핑 갔다가
타죽어 돌아오지 못할 뻔 했다는 집.
테라스에 미니수영장을 만들어서
아이라도 덥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는 집.
엄마는 출근해서 에어콘 쐬고
아이들은 등원해서 에어콘 쐴 수 있게
주말 내내 월요일만을 기다렸다는 집.
다들 주말에 열심히 폭염과 싸우고
장하게도 살아남아 월요일에 얼굴을 마주하니
오늘 하루 우리도 잘 살아남자 다짐했는데.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에어콘이 풀로 가동되지 않아
21도와 22도 사이에서 지내야했다.
선뜻 생각하기에는
그리 높지 않은 온도이니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폭염을 설명할 때처럼
더위를 이해하려면 여건을 함께 봐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만 1, 2세 아이들과 8시간동안 실내에서
쉴새없이 지지고 볶고를 하다보면
온몸에 땀이 나기 마련이다.
말이 21도이지
같은 시각 실내온도 31도인 내 집에서
홀라당 벗고 가만히 앉아
선풍기 쐬며 넷플릭스 보는 게
백만배 더 시원하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산불이다.
폭염에 비까지 오지 않아서
대기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 정체되면서
대기 오염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아랫동네 미국이나 밴쿠버 근처에서 산불이 나면
화생방 훈련이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작년에 미국 산불에서 오는 매연 때문에
2주간 호흡이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일반적으로는
기후가 온화하고 공기가 맑은 밴쿠버이지만
요즘 같은 때를 생각하면
공기질에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각 방 에어콘과 공기 청정기가 삶의 필수 조건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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